판타지 게임 소설 1. 브리타니아의 세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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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의 울티마 온라인 여행기 1 - 브리타니아의 세계로

 

과거 넷파워 잡지에 실렸던 류의 울티마 온라인 여행기입니다. 웹사이트 몇몇 곳에 읽기 불편하게 포스팅되있길래 제 블로그로 옮겨봤습니다.

 

좀 읽기 좋게 편집하였고, 시간이 나는데로 스크린샷도 첨부할 예정입니다 :)

 

 

 

브리타니아의 세계로

 

처음 울티마를 접속하던 그날의 설레임은 아직도 내 가슴속 깊이 남아 있다. 해외는 커녕 제주도도 한번 제대로 가보지 못한 나에게 전세계인을 상대로 맞짱(?)을 뜰 수 있는 기회란 흔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처음 접속한 만큼 울온에 처음 접속했던 그날 벌어졌던 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웃음이 나온다. 

 

울온이라는 게임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했던 나에게는 가장 기초단계인 캐릭터 제작부터 말썽이 생겼다. 처음에는 류(Ryu)라는 아이디로 접속했더니 이미 이 아이디는 다른 사람이 먼저 만들어 사용하고 있어 나는 새로운 아이디를 만들어야만 했다. 내 전용아이디인 '류91(Ryu91)'이라는 아이디를 만들기로 했는데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울온의 메시지에서는 이 '류91'로는 접속할 수 없다고 나오는 것이다. 나는 생각하기에 '세상에… 이 아이디도 이미 만들어져 있었던거야?'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다른 서버로 옮겨 '류91'이라는 아이디로 다시 접속했다. 그런데 그곳에서도 역시 이 아이디를 만들 수가 없었다. 

 

 

 

나는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눈치빠른 사람은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설마∼'하는 심정으로 울온에 있는 모든 서버를 돌아다니며 이 아이디로 캐릭터를 만들어 볼려고 했지만 그때마다 번번히 만들수가 없었다(다른 사람이었다면 다른 아이디로 만들수도 있었겠지만 유난히 이 아이디에 애착이 있던 나에게는 이 아이디말고는 다른 아이디는 생각도 못할 일이었다). 

 

일이 이렇게 되자 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난 너무 화가 난 나머지 괜히 죄없는 키보드 자판을 내동댕치기도 하고 볼펜을 아그작 아그작 씹기도 했다. 다른 사람이 보았다면 이미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할 정도로 난 미쳐가고 있었던 것이다. 혹시 서버상에 문제가 아닌가 싶어 컴퓨터를 재부팅한 후 다시 울온에 접속해 '류91'이라는 아이디를 만들어보았지만 이번 결과 역시 마찬가지였다. 난 너무 화가난 나머지 이성을 잃고 말았다. 

 

냅다 죄없는 컴퓨터를 주먹으로 뻥치며 이렇게 소리질렀다. "이거 버그 아냐? 무슨 놈이 아이디 하나 만드는게 이렇게 힘들어"라며 버럭버럭 화를 내고 있었는데 옆에 있던 선배(울온에서 어느정도 일가견이 있는 선배였다)의 한마디. "너 바보 아니냐?" 그 선배의 말인즉 울온에서는 숫자가 들어간 아이디는 죽어도 만들 수가 없단다. 울온에서는 오로지 영문으로 된 아이디만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허헉… 그럼 난 2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무슨 짓을 하고 있었던 거란 말인가? -_- 난 선배의 그 한마디에 난 하늘만 바라보며 한숨만 내쉴 뿐이었다.

 

 

울티마 온라인 여행기

 

 

 

류 I세의 울온 왕초보 여행

 

이런 해프닝을 겪은 뒤 나는 영문 숫자(?)가 들어간 새로운 아이디를 만들었다. 그 이름도 거창한(?) '류 I세(Ryu I: 이하 류로 통일)'라고 말이다. 뭐 남들이 알아줄 일은 없겠지만 말이다. 난 이 류를 뭘로 키울까 생각하다가 예전에 마법사가 이상한 불꽃도 쏘고 데몬도 소환해는 모습을 보았던 것을 기억해냈다. 

 

난 입가에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흐흐흐… 그렇다면 두말할 필요없이 마법사가 짱이지'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어깨너머로 보았던 캐릭터를 만드는 법을 생각해내며 나만의 캐릭터를 만들었는데 난 상식적으로 마법사는 머리가 좋아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힘(STR)과 민첩성(DEX)보다는 지능(INT)을 3배에 가까울 정도로 높이 잡고 나머지 능력치들은 레벨업을 통해 올리려고 생각했다(하지만 울온을 해본 게이머라면 알 것이다. 기본 능력치는 올라가지 않으며 한 치수의 능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해야만 되는지를 말이다). 

 

 

 

내 캐릭터 마법사 '류 I세'의 기술은 매저리(마법기술), 소드 맨쉽(검술), 카펜터리(가구를 만들 수 있는 기술)를 선택했다. 그리고 마법사들의 고향이라 불리는 문그로우에 들어갔다. 흐흐흐… 드디어 울온에 들어온 것인가! 내 입가에는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말로만 듣던 울온의 세계. 롤플레잉 매니아들의 고향. 바로 그 울온에 들어오다니…. 너무나 감격스러웠다. 그러나 이런 감격적인 순간은 채 5분도 지나지 않아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기본능력중 힘(STR)이 낮으면 히트포인트(Hit Point=체력치)와 들고 다닐 수 있는 중량이 자동적으로 낮아져 마음껏 싸우기는 커녕 몇발자국 뛰지도 못하고 쉽게 지쳐버리는 사실을 몰랐던 것이다. 

 

이런 사실을 몰랐던 난 류가 움직이지 않자 서버문제라니, 게임상의 버그라는 등 죄없는 울온을 항해 화를 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그랬던가? 지쳐서 움직이지 않는 내 캐릭터를 한번 움직여보겠다며 마우스를 책상끝에서 책상끝으로 쭈욱 긁어가며 움직여보기도 하고 혹시 키보드로 움직이는 것인가 하고 키보드의 화살표키를 부서져라 누리기도 했지만 내 캐릭터 류는 움직일 줄을 몰랐다. 그리고 화면 하단에는 이런 메시지만 끝없이 떠올랐다. "You are too fatigued to move(당신은 움직이기에는 너무 피곤하다)"라고 말이다. 

 

 

 

"이게 뭔소리여∼ 왜 움직일 수 없냐고요!!"라고 소리를 질렀더니 이 소리에 놀란 선배가 내가 하는 행동을 지그시 살펴보더니 고개를 저으며 한마디를 건넸다 "아무리 생각해도 넌 바보의 극치야, 바보의 극치…. 너 정말 게이머 맞냐?"라는 것이다. '바보의 극치라니….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그래도 한 롤플레잉 한다는 나에게 이런 몰상식한 말을 건네다니…' 하지만 선배의 말을 듣고 난 후 또다시 나의 바보스런 행동에 부끄러워 할말을 잃었다. 선배의 말 "야! 임마,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라. 네힘은 겨우 10Kg밖에 못드는데 30Kg이나 되는 짐을 들 수 있겠냐, 설사 들 수는 있다쳐도 그걸 지니고 몇걸음이나 걸어다닐 수 있겠냐고!!"라는 것이다. 

 

그랬다. 울온에서는 자신이 능력이 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힘(STR)을 10으로 잡았던 나의 류 I세는 남들이 장난으로 던진 돌에 맞아도 그냥 쓰러지는 병약한(?) 캐릭터였던 것이다. 뿐만 아니었다. 다른 캐릭터들이 장난으로 던진 화살에 내 류 I세는 픽픽 쓰러지기도 했고 지나가는 고양이와 싸워도 개거품(?)을 물고 쓰러지는 것이었다. 그야말로 쓸모없는 캐릭터가 바로 류 I세였던 것이다. 하지만 애써 만든 내 캐릭터를 그냥 없앨 수는 없었다. 어떻게든 한번 살아볼려고 여기저기를 옮겨다녀보려고 했지만 병약한 류는 금새 지칠뿐이었다. 

 

그러기를 30분. 아무리 다른 곳으로 돌아다니고 싶어도 갈 수도 없고 시약이나 마법을 배울려고 해도 돈도 없어 제대로 게임을 할 수가 없었다. 내 가슴에는 슬픔이 밀려왔다. '왜 나는 울온에 대해 공부를 하지 않았던가? 조금이라도 울온에 대해 알고 있었다면 이런 바보같은 실수를 안했을텐데…'라는 절망감이 내 마음속에 찾아왔다. 난 하는 수 없이 울온세계에 들어간지 1시간도 되지 않아 다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그리고 심호흡을 한 뒤 울온에 대해 약간의 공부를 했다. 아무리 게임이라 할지라도 역시 사전지식은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울티마 온라인 여행기

 

 

 

역경을 딛고 다시 태어난 류 I세

 

이런 과정을 여러번 반복한 후에야 난 비로소 그런대로 제대로 된 캐릭터를 만들수가 있었다. 난 선배의 조언을 받아들여 마법사보다는 대장장이로 키우기로 했다. 선배의 말은 '울온에서도 돈이 있으면 뭐든지 할 수 있다. 돈만 가지고 있으면 나중에 마법사도 될 수 있고 최고의 검사도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이버 세계인 울온에서 조차 돈이 필요하다니 약간 아이러니했지만 역시 조언을 따른 것이 좋을 것 같았다. 

 

난 선배의 충고를 받아들여 울온에서 수입이 가장 짭짤하다(?)는 대장장이를 선택하기로 한 것이다. 일단 처음과 같은 실수를 하지않기위해서 힘(STR)은 45, 민첩성(DEX)과 지능(INT)은 10씩으로 잡았다. 그리고 기술은 블랙스미스(Blacksmiths)를 50으로 가장 높게 잡고 나머지는 매저리와 마이닝 능력을 첨가했다. 그리고 서버는 'Lake Superior'를 선택했다. 내가 보기에도 이번에는 제법 완벽한(?) 캐릭터였다. 

 

 

 

나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대장장이에게 가장 어울리는 도시인 미녹으로 들어갔다. 미녹에 들어오니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이상한 갑옷을 입은 사람들도 보였고 마을에서 불꽃을 일으키는 사람, 이상한 몬스터(나중에 데몬이란 것을 알았다)를 끌고 다니는 사람 등등 정말 별의별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띈 것은 벌거벗고 다니는 사람들이었는데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채 곡괭이나 단검(그많은 무기중에 단검이 뭐야. ^^)을 들고 정말 힘차게(?) 내달리는 사람들을 보면서 난 속으로 '정말 불쌍하군. 얼마나 돈이 없으면 저렇게까지…. 쯔쯧'(얼마지나지 않아 나도 그런꼴을 여러번 당해야 됐다 -_-). 

 

난 여기저기를 그냥 돌아다니면서 울온의 인터페이스에 익숙해지기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울온의 인터페이스는 기존의 게임들과 별반 차이가 없어 그리 익숙해지는데는 별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마을구경을 마친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했는데 역시 수중에 돈을 많이 확보하는 것이 중요했다. 일단 돈을 벌기위해서는 그랜드 마스터(Grand Master: 특정 분야에서 최고의 기술을 가진 사람을 일컫는 말로서 울온의 사람들은 이 그랜드 마스터가 되기 위해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고 있다)가 돼야 했다. 그리고 류가 대장장이를 직업으로 선택한 이상은 무기나 방어구를 팔아 생계를 이어가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무기나 방어구는 그냥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잉곳이라는 재료가 있어야 되고 이 재료를 다룰 수 있는 텅이나 망치(?)가 있어야 됐다. 텅이나 망치는 대장간에서 구입하면 되므로 별 걱정은 없었지만 잉곳을 구하는 것은 장난이 아니었다. '잉곳(Ingot)'라고 불리는 철괴가 있어야 각종 무기나 방어구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인데 이 잉곳은 광산에서 나오는 '광물(Metal)'에서만 추출되는 것이다. 이 광물을 추출하기위해서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했다(물론 이것은 나중에 알게된 일이지만 말이다). 내가 처음 시작도시로 미녹을 선택한 이유는 이 광물을 추출하기에 가장 적당하기 때문이었다. 

 

 

 

 

 

'광부의 도시'라 불리우는 미녹은 최고의 광부나 대장장이가 되기가 비교적 쉬웠다. 마을 근처에 커다란 광산이 바로 붙어있었고 마을에는 광부길드가 있어 좋은값으로 물건을 팔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일단 사전답사를 통해 찾아놓은 광산으로 열심히 달려갔다(미녹의 광산은 마을 오른쪽위에 있었다). 미녹의 광산에 도착해 동굴안으로 들어갔다. 동굴안은 약간 어두웠지만 그런대로 볼만은 했다. 동굴안에는 광물을 캐기위해 모여든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는데 그곳에도 여러 종류의 사람들이 보였다. 나는 두근거리며 그들에게 말을 걸었다.

 

Ryu I: How to mine?(어떻게 광물을 파내나요?)

Every One: …

Ryu I: How to mine?(어떻게 광물을 파내나요?)

Every One: …

 

뭐냐? 아무런 대답도 않다니…. 상당히 기분이 나빴다. 혹시 내가 영어철자를 잘못 쳐서 다른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어 문구를 확인해보았지만 별문제가 없었다. 나중에서야 알았지만 울온에서는 요즘 PK가 극성이라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오는 사람을 상당히 경계하고 있었고 특히 울온의 초보인양 물어보는 사람들 대부분이 PK이었기에 사람들은 잘 알지 모르는 사람에게는 대답을 해주지 않고 대답을 하더라도 항상 경계를 한다는 것이다. 난 그 사실을 모른채 몇번이고 물어보았지만 그들이 묵묵히 자신들만의 일을 할 뿐 나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자 너무 화가나 '제길… 뭐 이런것들이 다있어?'라며 속으로 욕을 해댔지만 그들은 여전히 묵묵무답(?)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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